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워 혼외자까지 낳은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이혼을 요구할 수 있을까. 대법원은 내달 26일 결혼 생활을 파탄 나게 한 '유책 배우자'가 재판상 이혼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공개 변론을 열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.

우리 대법원은 1965년 유책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한 이후 50년간 이 같은 '유책주의' 입장을 고수해왔다. 반면 미국·유럽 등에선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 난 경우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지를 따지지 않고 이혼하게 하는 '파탄주의'를 택하고 있다.

이번에 소송을 낸 남성은 2000년 집을 나와 혼외자를 낳은 여성과 15년간 동거하면서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지만 1·2심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남편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. 이번 사건은 50년 동안 유지돼 온 대법원 판례를 재검토한다는 측면에서 학계와 여성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. 대법원은 공개 변론에서 양측 소송 대리인의 변론을 들은 다음 참고인인 이화숙 연세대 로스쿨 명예교수,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.